조용한 시골 마을의 소나무 숲 한 귀퉁이에는 소나무를 닮은 집 한 채가 존재한다.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대지이다. 독특한 것을 수집하고 소유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건축주와 소통하며 설계한 이 층짜리 단독주택을 소개한다.
이 주택에는 나무뿐만이 아니라 물과 하늘, 햇빛도 담겨있다. 건축물이 자연과 만나서 어느 날은 동그란 빛이 집의 네모난 벽에 가득 차기도 한다. 집 안의 물은 바람에 의해 잔잔히 흐르며 햇빛과 만나 눈부신 물빛을 형성한다. 눈이 오는 날이면 집에는 눈이 동그랗게 쌓인다. 더구나 이 모든 자연물은 이들 가족만의 소유물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사진을 통해 이 사랑스러운 주택을 만나보자.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집이지만 건축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이곳 대지에는 몇 그루의 소나무가 베어진 후였다. 따라서 주택이 위치할 이곳만이 덩그러니 평지로 남겨져 있던 것.
그러나 시공 과정에서 흙을 깎고 쌓으며 추가로 소나무가 잘려나갔고 건축가는 고민했다. 결국, 나무들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주택의 입면에 그 자리에 서 있던 소나무의 흔적을 담기로 했다. 마감 목재를 잘게 잘라 나무가 지녔던 패턴을 재현해 소나무를 다시 형상해 낸 것. 빛의 위치에 따라 외관에 새겨진 이 소나무 형상은 달라진다.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더 두드러져 진하게.
이 주택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경량목구조로 마감을 했다. 굳이 비싼 제작비를 들여 고급스러운 건축 자재를 쓸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건축가가 선택한 방법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기성품 거푸집(유로폼)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미 몇 번 사용한 재생 거푸집을 알뜰하게 재활용하여 예산을 절감했다.
거칠고 뾰족한 잎을 가진 소나무들이 수북이 쌓인 숲 속에 놓인 집이기에, 매끈하고 고급스러운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이질적인 느낌을 자아냈을 것이다. 반질반질한 표면을 택하는 대신 콘크리트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 자연스러운 멋을 살렸다. 곧게 뻗은 블랙 컬러의 계단 손잡이와 어우러져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의 세련미도 갖추게 되었다.
외부에 저렴한 자재를 사용한 만큼 거실은 좋은 재료를 선택해서 공간에 포인트를 주었다. 자작나무 합판을 공간 전체에 둘러 고급스럽고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 모습이다. 자작나무 합판은 나뭇결이 단정하여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나무 본연의 느낌을 살려내는 재료로서 친환경 소재로도 자주 쓰인다.
한쪽 창은 통해 외부 숲을 집안까지 수용하며, 맞은편에 전면 창을 통해서는 주택 한가운데의 중정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나무로 둘러싸여 외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거실이다.
건축주는 독특하게도 작은 빈티지 자동차에 뚜렷한 관심이 있다. 특히 희소성이 뛰어난 4개의 작은 차를 소유하여 이 차들이 차고에 보관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시되기를 원했다.
따라서 건축가는 건물을 살짝 들어 올려 자동차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네 대의 자동차가 보관된 이곳은 주차장 보다는 전시공간의 역할을 한다. 이곳을 포함하여 일 층 전체는 건축주의 취향을 위한 공간이 되어 작업실 역할도 하고 있다.
아끼는 것을 '소유'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길 원하는 건축주의 취향을 고려하여 건축가는 하나의 보너스 공간을 마련했다. 이 가족만이 지닐 수 있는 하늘의 모습을 선물한 것.
주택 내부 한가운데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마당인 '중정'을 마련했다. 이곳의 천장을 동그랗게 작업하여 하늘이 드러나도록 했다.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다른 누구도 갖지 않은 이 주택만의 하늘 모습이 담긴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동그란 하늘을 통해 중정 바닥에 비가 동그란 그림을 그리고 눈은 동그랗게 쌓인다. '둥근 하늘이 있는 집'이란 뜻의 '건원재((乾圓齋)'라는 집의 이름도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소개한 중정 바닥에는 얇게 물을 가둘 수도 있다. 이곳에 고인 물은 여름에 맞바람이 치도록 유도하는 자연 냉방 장치가 되어준다. 또한, 천식이 있는 건축주에게 일정한 습도를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거실의 유리창과 천장의 둥근 하늘, 바닥의 물이 함께 만나 매번 다른 광경이 탄생한다. 유리와 물에도 하늘이 담기고, 하늘의 색조는 물과 유리가 반사되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비친다. 금실 좋은 건축주 부부를 떠올리며 건축가는 하트 모양의 빛이 벽에 새겨지도록 의도하기도 했다.